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지정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이중처벌, 거주·이전의 자유와 관련된 위헌성 논란이 적지 않아 국회 법안 심사 단계에서 적잖은 논박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법안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운영 시설 등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주지 지정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10년 이상인 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이다. 검사가 필요한 경우 거주지 지정 명령을 청구하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법무부는 조두순과 같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출소 때마다 반복됐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추진해왔다. 당초 미국의 제시카법처럼 출소한 성범죄자를 학교 등 교육시설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거주지 지정 방식이 선택됐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을 토대로 법안을 일부 수정했다. 법안명이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지정법’으로 바뀌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위험 성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심리상담 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거주지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상 권리도 보완됐다.
향후 국회의 법안 심사 단계에서는 성범죄자의 거주지 지정이 이중처벌에 해당해 위헌이라는 논란 등이 쟁점화될 전망이다. 어떤 지정 시설을 활용할지, 지역 주민은 어떻게 설득할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법무부는 “법안을 신속히 국회에 제출하고 의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함께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은 검사가 고위험 성범죄자를 기소할 때 의무적으로 전문의 감정을 받도록 하고, 진단 결과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할 경우 성 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하도록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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