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원이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 중에 반전 시를 낭송한 시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스크바 법원은 지난해 9월 모스크바 광장에서 열린 동원령 반대 시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를 발표한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아르티욤 카마르딘(33)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카마르딘은 당시 직접 창작한 ‘나를 죽여라, 민병대여’라는 시를 읽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행사에 참가한 시인 예고르 슈토바(23)에게는 징역 5년 6개월이 선고됐다.
카마르딘은 법원에서 불법인 줄 몰랐다며 선처를 구했다. 그는 지지자들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나는 영웅이 아니다. 나의 신념 탓에 감옥에 갈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슈토바는 최후 진술에서 “내가 무슨 불법을 저질렀나. 시를 읽은 것이 죄인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이 증오를 조장하고 국가안보 위협 행위를 조장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이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선고 후 “부끄럽다”며 야유했고 일부는 법정 밖으로 끌려 나와 구금됐다.
카마르딘의 변호인은 경찰이 수감 중인 카마르딘을 때리고 성폭행했으며, 사죄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했다고 전했다.
카마르딘의 부인 알렉산드라 포포바는 선고 후 AFP에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시를 낭송했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포포바는 지난해 AFP와 인터뷰에서 카마르딘이 체포될 당시 경찰이 자신을 윤간하겠다고 협박하고 강력 접착제를 얼굴에 뿌렸다고 말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크렘린궁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법부의 억압을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전 시위대 수천 명이 구금되는 등 전쟁에 대한 비판이 사실상 금지됐다.
러시아의 반전 운동가 사샤 스코칠렌코(33)는 슈퍼마켓 가격표를 반전 메시지로 바꾼 혐의로 지난달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야권 활동가 블라디미르 카라 무르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한 혐의로 25년형을, 모스크바 시의원 알렉세이 고리노프는 시의회 회의 도중 침공을 비판한 혐의로 7년형을 받았다.
송세영 선임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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