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당에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경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대리운전기사 업체 9700곳을 모두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대리운전기사를 수소문 해 보복운전 주체가 자신이 아닌 대리운전기사였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대리기사가 했다’는 그의 주장을 배척했었다.
이 전 부대변인은 29일 페이스북에 ‘대리기사님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해 여의도 곳곳에 건 플래카드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플래카드에는 “대리기사님을 찾습니다. 2021년 11월 12일 오후 10시쯤 여의도에서 선유도역, 또는 CU양평한신점으로 대리운전해주신 기사님께서는 010-OOOO-XXXX로 연락주십시오. 사례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대전에서 서울 중앙당사에 올라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추운 아스팔트 위에서 3일 내내 응원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경을 당원과 국민이 판단할 기회를 달라’며 민주당 청원을 올려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며칠 동안 1만9000분 가까이 청원에 동의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씩씩하게 방법을 찾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는 9700곳이나 되는 대리기사업체를 모두 찾아가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부대변인은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특수협박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1년 11월 12일 오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에서 본인의 니로 승용차를 운전해 끼어들기를 한 뒤 뒷차가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작동하자 여러 차례 피해자 차량 앞에서 급제동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대변인의 차량이 시속 50~60㎞ 속도로 달리다 갑자기 서는 장면이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대변인은 “해당 차량에 타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내가 아닌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직접 니로 승용차를 운전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부대변인이 대리운전기사의 연락처 등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점, 운전을 업으로 하는 대리운전 기사가 본인 소유도 아닌 차량으로 보복운전을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 등도 이유로 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이 전 부대변인과 검찰 모두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보복운전 유죄 논란이 거세지자 이 전 부대변인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경찰, 검찰, 재판 과정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말을 줄이겠다”며 상근부대변인 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지난 20일 이 전 부대변인을 부적격으로 의결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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