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이 약화하면서 미국 정부가 조용히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에 ‘종전 협상 때 유리한 위치 확보’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마지막 자원으로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군을 실패한 반격 위치에서 벗어나 동부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강력한 방어 위치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 강화, 철조망과 대전차 장애물 설치 등 북부 벨라루스 방면 국경 요새화, 우크라이나 자체 방위산업 재건 등도 노력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반격보다 방어태세 강화에 중점을 둔 전략이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전략 전환이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전쟁이 궁극적으로 끝나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며 “우리는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위치에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종전) 협상은 우크라이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전략 수정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 변화에도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면서 “푸틴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분적 승리 선언을 의미하는 표현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워싱턴DC 주재 유럽의 한 외교관은 “EU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 역시 러시아와의 협상 때 우크라이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올해 마지막 무기와 장비 패키지”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50개 이상의 국가로 구성된 연합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중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미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신속히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올해 마지막 패키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번 지원은 사실상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중 마지막 분량이다. 마이크 맥코드 국방부 감사관은 지난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지원이 이뤄지면 국방부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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