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모가 늦둥이 딸을 위해 1시간 거리 떨어진 유명 햄버거 매장에 가서 오픈런(영업 시작 전 대기)을 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후 해당 업체 측이 가족을 초청해 햄버거를 대접했다.
사연이 처음 알려진 건 네티즌 A씨가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70대 엄마가 나 햄버거 하나 받아주겠다고 1시간 거리 왔다갔다 했는데 너무 속상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A씨의 어머니 70대 여성 B씨는 당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고든램지 버거 매장에 선착순 50명에게 햄버거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그가 전날 지나가는 말로 ‘먹고 싶었던 햄버거 가게가 근처에 오픈하며 이벤트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들은 엄마가 딸 몰래 비 오는 날씨에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매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대기자가 많은 상태여서 B씨는 선착순 50명 안에 들지 못했다.
B씨는 햄버거를 사갈까 싶어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물어보려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회사에서 근무 중이던 A씨는 1시간이나 지나 뒤늦게 메시지를 확인했고, A씨의 답변을 기다리던 B씨는 망설이다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A씨는 몸도 안 좋은 엄마가 괜한 고생을 해 속상한 마음에 “왜 거기까지 갔느냐”고 타박을 했다. 그러자 B씨는 “놀나게(놀라게) 해주고 싶어서요. 미안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A씨는 이 메시지에 울컥했다고 했다.
A씨는 “너무 속상하다. 엄마는 입구도 모르고, 메뉴도 모르니까 거기까지 가서 햄버거 하나도 못 사고 헛고생을 했다”며 “엄마 몸도 안 좋고 무릎도 안 좋아서 계단도 잘 오르내리지 못하는데, 너무 속상해서 (이 일을) 못 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A씨의 사연은 SNS 등에 퍼지며 크게 이슈가 됐다. 이 사연을 소개한 엑스(트위터) 게시글은 조회수 216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연을 본 이들은 “어머니 마음에 울컥한다” “너무 속상해서 내가 눈물이 난다” “글쓴이의 마음도,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며 공감을 표했다.
업체 측의 발빠른 대응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고든램지버거 측은 A씨 가족을 매장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했다. A씨는 가족과 함께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찍은 인증샷과 후기를 지난 24일 온라인에 올렸다.
A씨는 “고생하며 살던 엄마가 일흔이 돼서도 딸 때문에 고생한다는 생각에 속상한 마음뿐이었는데 글 쓴 지 1시간도 안 돼 같이 슬퍼해주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려서 정말 놀랐다”며 “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에 감동하시고, 꼭 감사인사 전해 달라셨다. 풀 죽어있던 엄마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밝아지고 행복해하시던 그 시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엄마의 슬픔을 넘치는 행복으로 바꿔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많지는 않지만 100만원을 기부했다”면서 홀몸 어르신에게 우유 배달을 하는 봉사단체에 기부금 100만원을 약정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 가족이 받은 마음을 끝까지 간직하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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