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의로 불법(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에 대해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공매도에 단일 규모로 100억원 이상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처음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2일 회의를 열고 장기간 수백억원대 무차입 공매도를 해온 BNP파리바와 HSBC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모두 265억2000만으로, 2021년 4월 공매도 제한 위반에 대한 과징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대 규모다.
BNP파리바에 약 110억원, 국내 수탁 증권사인 BNP파리바증권에 약 8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약 75억원이 HSBC에 부과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 당국이 불법 공매도에 부과한 최대 과징금은 지난 3월 외국계인 ESK자산운용에 부과한 38억7400만원이다. 올해 10월까지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33건에 대한 과태료·과징금 총액도 105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건은 실수나 착오가 아닌 고의적인 불법 행위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인데 주식을 빌리지 않고 먼저 공매도를 하면 불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내부 부서에 주식을 빌려주면서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해 매도하는 방식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지속했다. HBSC도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을 무차입 공매도했다. 증선위는 HSBC가 자사의 공매도 업무처리 방식과 시스템이 국내 규제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변경하지 않고 무차입 공매도를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BNP파리바와 HSBC의 불법 행위는 지난 10월 적발돼 공매도 전면 금지의 불씨가 됐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엄정 제재도 경고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달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불법 공매도에는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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