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사주한 배후 인물이 임모(17)군에게 “월 1000만원을 줄 수 있다”며 취업을 미끼로 내건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자신을 ‘이 팀장’으로 소개한 인물은 임군에게 경복궁 낙서 범행을 제안하면서 “월 1000만원 받는 직원들을 데리고 있다. 이번 일을 잘 성공하면 (너도) 직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임군에게 “컴퓨터를 지원해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컴퓨터를 사주진 않았다고 한다.
이후 임군은 2000원짜리 스프레이 2통을 구입한 뒤 이 팀장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이 팀장은 ‘김 실장’ 등 다른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지시를 내렸다. 임군이 범행을 마치고 경기도 수원으로 돌아간 이후 연락을 끊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임군에게 “도망가라”는 메시지도 한 차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6일 오전 1시52분쯤 경복궁과 서울경찰청 담벼락에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로 임군과 김모(16)양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임군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22일 기각됐다. 법원은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양은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 팀장에 대해 “목소리가 20대 남성 같았다. 낙서 직후 경복궁 담장을 확인한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임군과 김양의 범행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이 팀장의 계좌 등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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