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약사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경찰관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끝까지 이들이 불법 행위를 했다며 재판을 상고심까지 끌고 갔지만 1·2·3심 모두 경찰관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는 직권남용 체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대구 강북서 소속 A경위 등 경찰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21일 확정했다.
A경위 등은 지난해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숙박업소에서 마약판매·불법체류 혐의를 받는 태국인 B씨를 체포했다. 경찰관들은 검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B씨의 머리와 몸통 부위를 발로 밟거나 경찰봉 등으로 때려 상처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경찰관들이 체포 이유와 변호인 조력권, 진술 거부권 등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또 B씨가 투숙한 객실을 영장 없이 수색해 확보한 마약을 근거로 현행범 체포해 적법 절차를 어겼다고 봤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 모두 경찰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현행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 방지뿐 아니라 경찰공무원 자신이나 동료들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를 위해 강한 유형력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검사의 주장은 체포현장에서의 긴급성, 급박성, 위험성 등을 염두에 두지 못한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공범을 모두 제압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현행범 체포, 긴급 압수수색 과정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발생 1년 7개월여 만에 이날 최종 마무리됐다. 그간 법정에 선 경찰관들은 업무를 병행하며 소송에 대비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판결이 선고된 뒤 “기소된 형사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심적·물적 고통을 받았고 회복할 수 없는 불명예를 안았다”며 “검찰은 판결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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