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아들의 표창장 위조 등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런 일을 왜 해서 재판을 받고 가족을 고생시키는지 후회도 많이 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법정 진술했다. 정씨가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통해 본인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정씨는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재판에서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줬다. 당시엔 문제가 될 거란 인식이 전혀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씨는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공동 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학교폭력을 당한 아들 조원씨를 당시 근무하던 동양대 프로그램에 참여시켰고, 실제로 참여해서 수료증과 상장을 발급해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변호인이 “아들이 받고, 준 사람이 엄마라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냐”고 묻자 정씨는 “전혀 못 했다”고 답했다.
정씨는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이런 게 셀프 스펙, 셀프 상장으로 보일 수 있구나’하는 것”이라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오만한 생각이었고, 세상 물정을 모르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싶었다”고 했다.
정씨는 조 전 장관에 대해 “한국 남자 중에서도 가장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없는 남자였다”고 했다. 정씨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관련해서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제가 저희 남편을 굉장히 많이 어려워 해서 물어보지 않았다”며 “발행받은 사실도 아마 모를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아들 조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경위를 두고는 “남편은 (아들)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제가 화를 냈다”며 “다른 애들은 다 그렇게(협업해서) 하는데 원이(아들)만 못해서 힘들다고 하니 당신도 좀 도와달라,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것도 못 하느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교수의 의도를 파악하고 협업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가능하다고 해도 공부를 좀 더 하게 하고 나쁜 성적도 감당하도록 가르쳐야 했는데 반성한다”며 “남편에게 참여하라고 한 이유도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이었다. 잘못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 측은 이날 조씨의 조지워싱턴대 대리시험 의혹과 관련해 해당 수업 교수였던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에게 받은 서면 답변서도 공개했다. 조 전 장관 측에 따르면 맥도널드 교수는 “부정행위는 엄중히 생각하지만, 형사 범죄를 구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조씨 부모가 2번의 퀴즈를 도왔다는 이유로 기소됐다는 것에 놀랐다. 학문적 부정행위는 고도로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은 “얼마나 추악한 행위였는지 (조 전 장관 부부의) 문자를 보여주지 않아서 (교수가)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며 “교수 답변은 저희도 증거로 원용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맥도날드 교수의 답변을 증거로 채택하고 내년 2월 초로 예정했던 증인 신문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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