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아 또다시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1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10시20분쯤 경복궁에 또 다른 낙서가 추가됐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하고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용의자 추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낙서가 발견된 곳은 이미 낙서로 훼손돼 문화재청이 복구작업 중인 영추문 인근이다. 새 낙서는 영문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낙서와 동일범의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가 한 명 이상이라고 보고 추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근에 CCTV가 많지 않은 탓에 용의자들의 동선이 잘 연결되지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 범행 당시 인근 CCTV에는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담벼락 앞을 서성이며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모습이 찍혔다.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쯤 영추문 담장에 낙서를 한 뒤 이어 1시55분쯤 고궁박물관 쪽문 쪽 담장을, 2시44분쯤 서울경찰청 동문 쪽 담장을 차례로 훼손했다.
담벼락에는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꽁짜’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연상하게 하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반복적으로 적혔다. 낙서는 높이만 2~4m로 성인 키를 넘었다. 용의자는 낙서를 마친 뒤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명을 투입해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영추문 좌측은 3.85m 구간, 우측은 2.4m 구간에 각각 스프레이 낙서가 있었고 박물관 주변의 경우 좌·우측을 합쳐 38.1m에 이르는 구간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은 화학약품 처리, 레이저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스프레이 자국이 굳어 석재 표면에 스며들기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영추문 일대와 국립고궁박물관 일대에서 동시 작업 중이다. 낙서를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스프레이 낙서가 문화유산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준 행위로 보고 관련 법률과 처벌 기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어길 시 원상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무허가 행위 등의 죄’를 규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8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