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천식을 앓은 피해자에게도 제조사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폐 질환이 아닌 기관지 질환인 천식 환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서보민)는 13일 피해자 A양(17) 부모가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해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부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옥시와 한빛화학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정신적 손해 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후 기존 천식 질환이 악화됐고 노출과 천식 사이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피고 측은 다른 원인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어 인과 관계가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A양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인 2009~2010년 병원에서 폐렴과 천식 진단을 받았고 중환자실 입원치료를 받았다. 2017년 1월 특별법 제정 후 환경부 피해구제위원회로부터 천식 질환으로 구제 인정을 받아 급여를 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옥시 등이 정신적 피해 배상을 하지 않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피해자는 위자료로 총 6억원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정부로부터 1억2000여만원 구제급여를 지급받은 점, 이후에도 매월 일정액 급여를 받는 점, 이 재원을 옥시가 상당 부분 부담한 점 등을 고려해 액수를 산정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폐 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가 옥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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