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에 불량 매연저감장치(DPF) 필터를 설치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사기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DPF 제작사 책임자 A씨(53) 등 2명을 구속하고 클리닝업체 관계자 B씨(41) 등 69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매연 저감 기능이 떨어지는 중국산 미인증 필터나 구멍이 뚫린 필터를 노후 경유차에 장착한 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2억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매연저감장치 클리닝 실적과 사용자 만족도 평가를 토대로 업체에 정부·지자체 보조금이 배정된다는 점을 노리고 범행했다. 이들은 또 정상 DPF 필터를 장착한 차주들이 출력 저하 관련 민원 등을 제기하면 매연 감소 효과가 떨어지는 가짜 필터를 대신 장착해 출력을 높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부 소셜미디어(SNS) 단체대화방에 “차주한테는 재생, N필터(중국산 미인증 필터) 언급하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라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첩보를 입수한 뒤 DPF 제작사와 협력사를 대상으로 9차례 압수수색을 벌여 불량 필터 공급 사실을 확인했고, A씨 등의 범죄수익금 12억6000만원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동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력 저하 등의 이유로 기 장착된 매연저감장치의 필터를 훼손하거나 미인증 필터로 교체할 경우 형사처벌 및 보조금 환수 대상”이라며 “앞으로도 부처 간 공조를 강화해 국고 보조금이 부정하게 수급되는 일이 없도록 엄정한 단속과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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