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문화도시…문화로 도시의 색깔을 바꾸다

Է:2023-1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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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4곳…5년간 200억원 지원
슬세권·도시브랜드·창의산업 주도
문화장벽 해소와 경제활성화 역할

전국 문화도시 지정 현황. 전국문화도시협의회 제공

대한민국 문화도시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 광역권 선도거점 7곳에서 문화도시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을 지정해 내년부터 4년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 중심 문화균형발전’의 일환이다. 앞으로 새롭게 지정될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기존 문화도시의 산물이다.

앞서 지정된 전국 24곳 ‘문화도시’는 저마다 독특한 문화자원을 이용해 꽃을 피우며 지역 발전과 문화 부흥을 선도하고 있다. 역사는 시행착오를 막게 한다. 전통 없는 미래는 불완전하다. 24곳 문화도시야말로 미래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선생님이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도시 발전을 이루고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법정 문화도시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에 걸쳐 총 24곳이 지정됐다. 세부적으로 부천시·서귀포시·영도구·원주시·천안시·청주시·포항시(1차), 강릉시·김해시·부평구·완주군·춘천시(2차), 공주시·목포시·밀양시·수원시·영등포구·익산시(3차), 고창군·달성군·영월군·울산시·의정부시·칠곡군(4차)이다.

문화도시는 5년간 최대 200억원(국비 50%·지방비 50%)을 지원받는다. 그동안 문화도시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만 104곳에 이를 정도로 수년간 공모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올해 초 문체부가 발표한 ‘2022 문화도시 성과’를 보면 정부의 문화도시 추진계획 발표 이후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103곳(42%)이 지역 주도로 도시의 고유문화 여건을 진단해 도시를 발전시키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이 중 88개 지자체는 ‘문화도시 조례’까지 제정했다.

특히 자생적으로 지역 문화 발전을 진두지휘할 문화재단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화도시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8년 71곳이던 지역문화재단(기초지자체 단위) 수는 지난해 117곳으로 64.7% 증가했다.

최근 부산 영도구에서 열린 ‘2023 문화도시 박람회 & 국제 컨퍼런스’ 행사 내 구역 은 크게 문화슬세권 조성 존(Zone), 도시브랜드 창출 Zone, 문화산업 육성 Zone, 지역소멸 대응 Zone으로 나뉘었다. 지난 2019년 1차 지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문화도시가 해왔던 대표적인 발걸음이다.

김기재 전국문화도시협의회 의장(영도구청장)은 10일 “지역 인구소멸 위기, 청년 일자리 감소, 사회적 단절감 심화 등을 완화하는 게 시대의 사명이자 문화의 사명”이라며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의 역할이 더욱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물양장에서 9월 8일 진행된 ‘2023 문화도시 박람회&국제 컨퍼런스’ 개막식 무대에 ‘춤추는 영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지역문화진흥원 제공

문화도시, 문화 슬세권을 만들다

전국 24곳 문화도시는 저마다 지역 특색을 살리며, 문화로 도시의 색을 바꾸고 있다.

물리적인 문화 장벽을 없애고, 도시만의 고유 브랜드를 창출하며, 연관 산업을 키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있다.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지역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잠재우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은 부처 간, 지역 간 경계도 없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업을 문화도시를 주축으로 끌어당기고 이어붙이며 시너지를 내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문화도시는 문화 장벽을 해소하며 시민들의 문화 여건을 개선했다. 이른바 일상에서 슬리퍼를 신고도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접근성이 대폭 좋아졌다.

지난 2021년 300곳이던 문화공간은 지난해 3407곳으로 무려 1133% 증가했다. 이에 따른 문화공간 방문자 수도 10만명에서 7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빈집과 카페, 공방, 서점 등 유휴공간 및 민간 공간을 적극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다.

대규모 시설 건립 없이 지난해만 18곳 문화도시 전체 인구 750만명 중 250만명(33%·중복 참여자 포함)이 다양한 지역 문화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완주군은 ‘우리 동네 문화공유 공간’ 등 민간 공간과 도농복합도시 특성을 살려 ‘별별 마을회관’등을 연계해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 역시 유휴공간을 ‘진달래홀’로 리모델링해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거점 공간으로 조성했다.

강원 춘천시도 카페, 짬뽕집, 치킨집, 볼링장 등을 시민들이 슬리퍼를 신고서 모일 수 있는 사랑방, 문화살롱으로 탈바꿈했다.

조재우 춘천문화도시센터 시민문화팀장은 “‘과연 이 도시에서 마음 둘 곳이 있는가’를 주목했는데, 누군가는 살만하고, 누군가는 오가고 싶고, 누군가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안전한 도시, 이게 바로 우리가 마음 둘 곳”이라며 “도시 구성원 모두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했고, 그 시간과 경험은 차곡차곡 쌓여 결과적으로 도시의 자존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의 문화도시 공식 캐릭터 ‘토더기’가 1일 시정 홍보 등을 위해 홍태용 김해시장으로부터 홍보국장 임용장을 전달받은 뒤 축하를 받고 있다. 김해시 제공

문화도시, 도시브랜드를 창출하다

문화도시는 지역 고유문화를 고스란히 도시브랜드로 자리 잡게 했다.

이지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부교수는 “사람들은 이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만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생활 속에 적용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 브랜드가 없는 게 더 이상하다”며 “이런 저변 속에 전국 각지에서 문화도시 사업이 펼쳐지니 최근 10년간 도시브랜드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제주 서귀포시는 자연적·문화적 가치가 융합된 문화원형인 105개 마을 고유 문화(노지문화)를 문화축제 ‘봄꽃하영이서’, 로컬브랜드 마켓 ‘놀멍장’, ‘서귀포 기후예술 프로젝트’ 등 글로벌 생태문화도시 브랜드로 구축하고 있다.

도시의 섬 지역 문화적 특징을 활용한 영도구 문화도시 브랜드 ‘한 선 잇기’는 지난해까지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4관왕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남 김해시는 문화도시 예산 1%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 만든 문화도시 캐릭터 ‘토더기’와 슬로건 ‘돈워리 김해피’를 김해시 공식 캐릭터·슬로건으로 채택했다.

경북 칠곡군은 도시 내 다양한 인문적 가치를 활용해 ‘인문경험의 공유지 칠곡’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제주 서귀포시는 105개 마을 고유 문화인 노지문화를 글로벌 생태문화도시 브랜드로 구축하고 있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문화도시, 창의 산업을 육성하다

문화도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문화도시가 지역을 살리는 이른바 지역 콘텐츠 발전소 역할을 했다.

강원 강릉시는 시민 누구나 숨어 있는 지역 자원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로컬콘텐츠 랩’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창작자·전문가 모두가 이곳에서 어우러진다. 팝업 품평회, 로컬콘텐츠 마켓, 국내 박람회 참가 등 비즈니스 연계도 돕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1970년대 국내 유일 귀금속 보석산업단지를 보석문화거리로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지역에 남아 있는 보석 장인들과 지역 대학 보석 관련 학과 청년들을 주목하며 보석 제조업을 문화산업으로, 공장을 공방으로, 기술자를 장인으로 관점을 전환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세계유산을 자산 삼아 ‘시민의 삶이 역사가 되는 현장, 미래 유산도시 공주’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지역·세대별 문화적 수요를 스스로 발굴하고 개선하고자 꾸준히 협의를 진행하며 로컬 콘텐츠 발굴과 브랜딩 이미지 형성을 이루고 있다.

자동차, 석유화학, 중공업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울산시는 풍요 속에서 시민 공동체가 감내한 희생, 상처에 주목했다. 아픔을 어루만지고 시민과 시민을 이어 결과적으로 지속 발전이 가능하도록 도시의 핵심을 ‘문화’로 설정했다.

철의 도시 경북 포항시는 지역 내 글로벌 과학·기술 자원에 주목, ‘철+기술+예술’을 융합한 문화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천안시는 문화 콘텐츠 개발 및 문화창업 지원, 크라우드 펀딩 참여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지역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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