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의사가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례명인 ‘스텔라’처럼 하늘의 별이 됐다.
서울성모병원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 조교수인 고(故) 이은애(34)씨가 고귀한 생명나눔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고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껴 밖에 앉아있던 중 지나던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있었으나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찾아왔다. 응급실 내원 후 경련이 일어났고 곧바로 의식이 저하돼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 출혈)로 진단됐다.
이씨의 상태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뇌사 상태 라는게 믿겨지지 않았지만, 장기이식센터에서 면담 후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지난 4일 이씨는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6일 오후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심장과 폐 간 신장(2개)을 5명의 중증 환자에게 나눴다.
고인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임상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받들고, 마지막까지 생사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슬픔에도 어렵사리 기증을 결정했다.
고인의 부친은 “결혼 후 7년 만에 얻었던 맏딸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지켜주지 못한 마음에 딸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를 하지도 않았다”며 “뇌사라는 말에도 믿을수 없어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를 기증키로 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여동생은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며 울먹였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 6시 45분,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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