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경기 침체와 부동산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30대 부부의 일상을 다룬 동영상 채널에서 돌연 영상이 삭제되자 영상 검열 및 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BBC는 4일(현지시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Douyin)에서 팔로워 40만명 이상의 ‘량량-리쥔 커플’ 채널을 운영하는 30대 부부 장이량과 덩리쥔이 지난 2년 간 건설 예정 아파트를 구입한 뒤 일어난 일들을 영상으로 소개했다고 이 같이 전했다. 소도시에서 태어나 대도시인 정저우로 이주한 이들 부부의 일상 영상은 중국 청년 세대의 실생활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많은 공감을 받았다. 더우인에는 “당신들이 올린 삶이 바로 현실” “대부분 청년들의 삶이 힘들다. 매일 밤 파티가 열리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등 댓글이 달렸다. ‘좋아요’ 수백개를 받은 한 댓글은 “이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공감된다”고 적었다.
이들은 2021년 11월 아파트를 사게 됐다는 내용의 영상을 통해 “저 반짝이는 불빛 중 하나는 우리 것”이라며 기뻐했다. 이후 이들은 계약한 아파트의 공사 현장을 거의 매달 찾으며, 아파트의 건설 진행 상황과 관련한 영상을 차례차례 올렸다.
그러나 1개월 뒤 덩은 재직 중인 회사의 급여 삭감 정책으로 앞으로 매달 2000위안(약 36만원)밖에 받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덩은 남편 장에게 소식을 전하며 “우리 월급은 이미 낮다. 어떡하냐”며 울먹였다. 시청자들은 이 영상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공감했다. 한 사용자는 댓글에 “이 부부의 영상을 보며 우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썼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부부가 구매한 아파트의 개발업체인 ‘수낙 차이나 홀딩스’는 지난해 5월 달러화 채권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수낙 차이나는 계약 규모를 기준으로 중국 내 16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업체다. 중국에서는 이 시기 헝다(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대형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채무불이행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장은 며칠 뒤 영상에서 “우리는 수낙을 선택했고 그렇기에 이들을 믿는다”며 “수낙이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고, 아파트 건설을 끝내줄 것이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2개월 후 끝내 아파트 공사는 중단됐다. 이들 부부는 이후 몇 달간 수낙 차이나 측에 공사 재개를 요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들의 딸도 태어났다. 올해 초 공사가 재개됐으나, 이들 부부는 수낙 차이나 측이 여전히 자신들에게 2만 위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들 부부가 지난달 15일 수낙 차이나 측이 주최한 행사에서 회사와 면담을 가진 이후로 이들 부부의 공동 더우인 계정엔 영상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들 부부는 당시 행사에 참여하며 행사 자리를 생중계했는데, 현재 해당 생방송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상에선 이들 부부가 생중계 도중 폭행당했다는 게시물과 댓글이 게시됐다. 장이 병원을 방문하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 캡처 사진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날 사건의 진상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온라인상에서는 이들 부부가 폭행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판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에는 이날 사건 이후 수만개의 관련 댓글과 게시물이 올라오며 검색어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사건과 관련해 “사람들이 구타당하고 말도 못하게 되는데 그래도 살 수 있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흘 뒤인 지난달 18일 덩은 개인 계정에 영상을 올리고 “이 사회엔 우리가 따라야 할 많은 규칙이 있다. 우리의 영상이 차단되거나 사라져도 드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은 삭제된 한 동영상에서 덩은 장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모습을 담았는데, 이는 침묵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BBC는 전했다. 이들 부부의 웨이보 계정도 차단된 상태다.
이들 부부는 지난주 영상을 올려 “정저우를 떠나 장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며 아직 수낙 측으로부터 2만 위안을 받지 못했다고 알렸다. 이들 부부는 당시 행사 직후 경찰에 폭행 사건을 신고했다고 BBC에 전했다. 중국 경찰은 ‘서던 메트로폴리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을 공격한 자를 처벌했으며, 후속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낙 차이나 측은 BBC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전 편집장은 웨이보에 “그들은 매우 가난하고 2만 위안의 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동산 개발업체를 찾아갔다”며 “그들은 구타당하는 과정을 기록했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갈 곳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유지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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