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회의 ‘SNS 공정성 유의’ 의결…강제 지침 마련은 부결

4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현규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 신뢰를 저해하는 법관의 소셜미디어(SNS) 사용과 관련해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외관을 만드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기준을 마련해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기로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어 법관의 SNS 사용 지침 등의 안건을 논의했다. 토론과 안건 투표를 거쳐 ‘법관은 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을 다시 한번 법관들 사이에 환기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법관대표회의 구성원 124명 중 99명이 투표에 참석해 찬성 53명 과반을 넘겨 가결됐다.

해당 논의는 친야권 성향의 SNS 게시글로 논란을 빚은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 사안으로 촉발됐다. 참석 법관들은 ‘법관의 온라인 공간 의견 표명 시 유의사항’ 권고의견이 있었던 2015년 3월 이후 상당한 시일이 지났고, 그 내용이 법관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율적 주의’로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혹은 법관대표회의가 직접 법관들의 부적절한 SNS 이용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부결됐다. 97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가결에 필요한 49명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찬성 46명 대 반대 46명으로 치열했다.

대법원과 법관대표회의가 법관의 SNS 이용과 관련해 참조할 수 있는 사례를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하자는 내용이었는데, 박 판사 사례가 논란이 된 시점에서 특정 판사에 대한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준 구체화의 어려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좋아요’를 누르면 안 되고, 이런 내용의 댓글을 달아서는 안 된다’는 식이 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관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일을 소속 기관이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가 추진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김 전 원장이 ‘사법부 민주화’ 기치를 내걸고 추진한 정책으로 대법원장이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후보군 중 법원장을 임명하는 내용이다. 여당 등은 이 제도 탓에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원장이 구성원 눈치를 살피느라 신속한 재판 심리를 독려할 수 없게 된다는 취지다.

참석 법관 사이에서 법원장 추천제를 모든 문제의 원인인 양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단독 재판부와 합의부, 대법원 각각 재판 지연 수치는 다른데 ‘하나의 원인’을 들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수치와 통계를 근거로 한 재판 지연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 법관은 “밖에서 보시기엔 법원장이 업무를 쪼아야 하는데, 판사도 건강도 챙기고 가정도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금도 집에 못 가고 야근하고, 가정에서는 쓸모없는 존재가 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