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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가락’ 논란에 여의도도 가세… 검열 강화한 게임사들

던전앤파이터 1주년 영상에서 발견된 집게손가락. 온라인커뮤니티

한 게임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집게 손가락’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한 애니메이션 외주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상 곳곳에 남성 혐오로 흔히 쓰이는 손가락 모양이 발견된 게 발단이다. 논란이 발생한 게임사는 영상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올리는 등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이후 국내 여러 게임사도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29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나는 조금도 동의하지 않지만, 개인이 페미니즘 활동하는 것 그 자체를 누가 억압할 수 있겠냐. 오히려 우리 사회 주류 제도권에선 환영받는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를 민간 영역의 일터로 갖고 들어왔을 때”라고 지적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허 의원 SNS 캡처

허 의원은 “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왜 업장에서 사회 운동을 하는가”라면서 “최근 이러한 문제에 대해 기업 하는 분들의 걱정이 상당하다. 일터를 파괴하는 주범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동안 상상도 못 할 처참한 수준으로 한국 남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데에 앞장서 온 것을 똑똑히 목격했기에 청년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이름의 사법 압박,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언어를 검열하고 가르치려 드는 진정한 의미의 ‘표현의 자유’ 말살, 우리 인간 사회의 있는 그대로를 담았을 뿐인 문화 콘텐츠에 PC주의의 잣대를 씌워 ‘건전’ 콘텐츠를 강요하는 방식 등 반자유주의적, 반사회적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고 말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이번 ‘뿌리’ 사태는 진영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다.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업체에 피해가 갈만한 행동을 독단적으로 했다”면서 “이 문제의 악질적인 점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혐오 표현을 숨겨 넣는데 희열을 느낀다. 과거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그랬고, 최근 KNN 방송 화면에 숨겨졌던 단어가 그렇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게임업계와 우리 게이머들에게 너무나 큰 피해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제도적 개선이 가능할지 전문가와 여러 게임사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게임 산업계에 이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25일 넥슨에서 공개한 PC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홍보 영상에 남성 혐오 표현으로 알려진 ‘집게손가락’이 발견되면서다. 해당 손 모양은 극단적 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 표현이다.

일각에선 비하 표현의 의도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해당 애니메이션의 삽화를 맡은 애니메이터가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계정 막혀서 몸 사리고 다닌 적은 있어도 페미니스트 그만둔 적은 없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글을 남겼던 사실이 드러나며 ‘집게손가락’을 고의로 삽입했다는 데에 무게가 실렸다.

논란이 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속 장면. 유튜브 캡처

넥슨은 곧바로 누리꾼이 지적한 영상을 삭제하고 파악된 영상 속 표현을 수정했다. ‘던전앤파이터’ 총괄 이원만 디렉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처지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며 “영상 전체 검수 완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현재까지 파악한 리소스에 대한 조치를 우선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집게손가락’ 논란의 파장은 이후 다른 게임물로 빠르게 확산했다. 논란이 제기된 게임 영상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리턴’,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 등이 있다.

다른 애니메이터의 작업물로 논란이 된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리턴’은 총 13개의 스킨을 상점, 교환소 판매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타인을 향한 혐오는 자유의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다. 타인 혐오 표현의 논란이 있는 작업물은 게임에서 일괄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정 전 '카멘'이 대검을 쥐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스튜디오에 외주를 맡기지 않았음에도 불똥이 튄 타 게임사들도 재빠르게 논란을 원천 차단하는 대응에 나섰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 인기 게임인 ‘로스트아크’는 최근 출시한 보스 캐릭터 ‘어둠군단장 카멘’이 대검을 쥐고 있는 손 자세, ‘비키니 아일랜드’ 지형, 스킬 아이콘 등을 전폭 수정하면서 기민하게 대처했다.

중소 게임사 에피드게임즈도 자사의 대표작 ‘트릭컬: 리바이브’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캐릭터 동작을 전수조사 및 수정했다. 게임사는 “모든 캐릭터의 모션을 전수조사해 오해를 살 수 있는 모든 몸짓 교체, 오해의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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