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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NS서 사우디 조롱?···아랍인 분장하고 “우린 돈 많아, 오일머니”

KTV 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 논란
어설픈 발음 외국인 희화화···“돈 많아” 반복
KTV “영상 제작 과정에 간섭 안 해”

정부가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이 과거 소셜 미디어에 올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KTV는 해당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KTV 국민방송 인스타그램 캡처

정부가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KTV는 30일 해당 영상들을 전부 비공개 처리했다.

KTV가 지난 25일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중동 전통 의상을 입은 한국인 출연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인 역할로 나와 사우디 리야드에 엑스포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남성은 어눌한 한국말로 여성 출연자와 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논쟁을 벌인다.

여성 출연자가 “우리 대한민국은 오랜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스스로 이룬 첨단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하자, 이 남성 출연자는 “그럼 뭐해? 우린 돈 많아, 오일 머니!”라고 답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K컬쳐가 있기 때문에 문화 엑스포로 차별화를 둘 수 있다” “우리는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 두 번의 성공적인 개최 사례가 있다” 등 여성 출연자의 발언에도 남성 출연자는 “그럼 뭐해? 우린 돈 많아, 오일 머니!”라는 말로 거듭 응수한다.

여성 출연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겠다. 우린 BTS(방탄소년단)가 있다”고 하자, 남성 출연자가 그제서야 “방탄소년단? 그럼 엑스포는 부산으로!” “아임 아미”라고 소리치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해당 영상은 30일 정오 기준 9만5000여회의 조회수를 보였다.

정부가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이 과거 소셜 미디어에 올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KTV는 해당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KTV 국민방송 인스타그램 캡처

문제는 사우디에 대한 조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장면이 정부 기관 공식 계정에 버젓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영상에서 출연자는 외국인의 어설픈 한국어 발음을 따라하면서 희화화 되는가 하면, 사우디가 자금력으로 엑스포를 유치하려한다는 점만 강조하며 경쟁국인 사우디를 깎아내린다.

영상에 달린 댓글도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진짜 너무 창피하다” “정부 공식 계정에서 이게 맞나” “급 떨어지는 영상”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인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는 “우리가 돈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우리의 업적과 신뢰 덕분에 승리한 것”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영상뿐 아니라 KTV의 다른 엑스포 응원 영상들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되는 영상의 출연자들은 KTV가 섭외한 유명 유튜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KTV는 이들 출연자와 계약을 맺고 제작비를 지급했다고 한다.

KTV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은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엑스포 정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영상 제작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 제작 과정에)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면서 “검열을 하게 될 경우 응원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이 비공개 처리된 데 대해서는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목적의 영상이었기 때문에 (유치 실패 이후) 용도를 다해서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국영방송이다. 각종 부처 정책을 홍보하고 국정 어젠다와 연계해 관련 내용을 콘텐츠를 통해 알리는 역할을 한다.

부산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치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당시 공개된 33초 분량의 최종 경쟁 PT 영상에서도 K팝 스타들만 앞세운 어색한 구성에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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