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겨울날 백화점에서 쓰러진 노인을 구했다는 미담이 전해져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28일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자신을 쌍둥이의 아빠로 소개한 A씨는 ‘와이프가 오늘 생명을 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날씨가 추워 집에 있으려다가 오늘 무조건 여의도 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가야 한다고 조르는 아내와 돌 지난 쌍둥이 둘을 데리고 오전 일찍 놀러 나갔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백화점 나들이에 나선 A씨 가족은 붐비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사건은 A씨 가족이 집으로 귀가하려 유모차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도중 발생했다.
A씨는 “저희 네 가족과 노부부가 함께 탔는데, 두 분 중 할아버지가 우리 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며 “처음엔 딸아이가 예뻐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유모차에 있는 딸에게 점점 얼굴이 가까워져서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고 했다. 혹시 노인이 딸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게 아닌가 순간 두려웠다는 것이다.
A씨가 의아함을 느낀 순간 노인은 흰자를 보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A씨는 “그 순간 너무 놀라 군대에서, 회사에서, 예비군에서 배웠던 CPR은 생각도 안 났다”며 “그냥 몸이 굳어버렸다”고 기억했다.
A씨는 “그 순간 와이프가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노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며 “CPR을 하는 도중에도 할머니를 향해 ‘빨리 119에 신고하세요’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씨 아내는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다고 한다.
A씨 아내가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동안 A씨는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했고, 노인의 다리를 풀고 주물러 기도 확보를 도왔다. 그는 “1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제발, 제발’이라고 소리치는 아내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히 들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2분 정도가 지났을 때 노인이 큰 숨을 들이쉬더니 눈을 떴다고 한다. 때마침 백화점 직원들이 제세동기를 들고 내려왔고, A씨 부부는 자리를 떴다.
A씨는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숨을 다시 쉬지 못하거나 식물인간이 됐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며 “텔레비전에서나 봐왔던 일을 눈앞에 마주하고, 생각할 틈도 없이 CPR로 한 생명을 살린 제 아내가 너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A씨는 “저를 백화점으로 이끈 두 쌍둥이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살린 것 같다”며 “할아버지께서도 연락을 주셨다. ‘세상이 아직 나를 조금 더 살게 해주려고 아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태운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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