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시가 구도심 주거환경 개선의 구심점 역할을 위해 만든 도시재생 거점시설의 3분의 1이 제대로 문도 못 열고 방치되고 있다. 주민 수요와 활용방안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해 수십억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전주시와 전주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건립된 거점시설 15개 가운데 5개가 개점휴업 상태다. 이들 5개 시설에 들어간 건립 비용만 57억원에 이른다.
14억여원을 투입해 지난 해 말 완공한 서학동예술마을의 복합문화시설도 1년이 다 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전시와 체험시설 등을 갖추고 예술마을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계획이었으나 개관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2019년 13억여원을 들여 만든 팔복동의 어울마당은 올해 2월 문을 닫은 뒤 방치되고 있다. 5억여원이 들어간 승암마을의 주민 공동시설과 서학동의 예술인을 위한 생활 및 숙박시설 등도 길게는 3년이 넘도록 텅 비어 있다.

이들 시설이 외면받는 것은 주민 참여 없이 행정 주도로 건물부터 지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역 특성이나 주민 요구가 고려되지 않은 채 건물이 지어지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것이다. 운영 주체가 없거나 수익이 나지 않고, 활용 방안을 두고 주민 갈등 마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전주시내에 2027년까지 9개 지역의 거점시설이 추가로 생길 예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슬럼화를 막고 지역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전주시에서는 모두 2300여억원이 투입돼 16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거점시설은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할 생활시설이나 문화시설 육아시설 체험장 등으로 구성된다.
최서연 전주시의원은 “도시재생 거점시설이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매년 조성되었으나 정작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 관리비 부담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속 가능한 운영과 활용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주민의 내부 갈등과 관리 역량 부족, 수익구조 미비 등도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지역의 역량 있는 단체 또는 사회적 경제조직 등을 통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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