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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수상한 천막…보이스피싱 ‘번호 조작기’ 들어있었다

중국서 활동 콜센터 조직원 3명 구속
발신번호 변작중계소 운영 20명 검거
모텔·땅속 심고, 오토바이에 싣고

입력 : 2023-11-28 11:13/수정 : 2023-11-28 13:12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부산 낙동강하구 무인도에 설치한 번호 변작 중계기. 부산경찰청 제공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무인도에 설치하는 수법으로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 팀장 20대 A씨 등 조직원 3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혐의로 중국에서 송환해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과 공모해 국내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한 B씨 등 20명도 붙잡아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

일당은 2018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중국 다롄 등 6곳에 보이스피싱 기업형 조직을 결성하고, 검찰과 금융기관 및 피해자 자녀를 사칭하는 등 수법으로 328명에게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이용해 중국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변작 중계기를 사용하면 해외에서 전화를 걸 때 전화번호가 ‘070’이 ‘010’ 번호로 바뀌어 국내 피해자 휴대전화에 표시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발신번호 조작 전문 B씨 일당과 공모해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과 휴대전화기를 공급하고, 모텔이나 땅속 등에 두는 고정형과 차량, 오토바이 등에 싣고 다니는 이동형 중계소를 모두 운영했다.

특히 경찰 단속을 피하고자 부산 가덕도 인근 무인도 갈대밭에 간이 천막을 설치하고 그 안에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천막 안에 설치한 중계기는 태양열 패널을 연결해 자가발전은 물론 원격으로 전원을 관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일당은 인근 어민에게 돈을 주고 공범으로 포섭해 중계기를 관리하면서 1년6개월간 범행을 이어 나갔다.

경찰은 중계소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포폰 180대, 대포 유심 1800개, 중계기 35대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원룸·모텔 등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하거나 차량 등에 싣고 다니면 고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범행에 가담시키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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