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밤이 돌아왔다…뉴트로 열풍과 함께

Է:2023-11-27 15:51
:2023-11-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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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담긴 문학의 밤, 청소년들에겐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문화로

인천 미추홀구 학익감리교회가 지난 19일 문학의 밤을 개최했다. 청소년부 학생들이 4개월간 준비한 뮤지컬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학익감리교회 제공

구닥다리 취급받던 문학의 밤이 새롭게 부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Z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에서 일고 있는 ‘뉴트로(New+레트로) 열풍’과 함께 ‘오래된 새로움’에 대한 관심이 교회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원 팔달구의 수원종로교회(강성률 목사)는 지난 5일 ‘추억의 문학의 밤’ 행사를 열었다. 무대 위에 선 이들이 대부분 중장년이라는 점이 과거 청소년들 중심의 문학의 밤과 달랐지만, 출연자들은 준비한 춤과 노래, 악기 연주를 통해 끼를 뽐내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아 옛날이여’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문구처럼 문학의 밤은 과거 한국교회가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던 영광의 시대를 추억하게 하는 ‘라떼’의 상징과도 같다.

레트로 넘어 뉴트로로

최근 문학의 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른바 ‘뉴트로 열풍’과 함께다. Z세대와 알파 세대에게 90년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다. ‘90년대 서울 사투리’를 재현한 코미디 쇼 SNL코리아의 영상에 열광하고, 가수 이문세의 노래를 찾아 듣는 10대들이 많다. 한물간 중고 캠코더를 사는가 하면 배우 한소희가 폴더폰을 쓴다는 소식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지난 19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감리교회(백성현 목사)에서 열린 문학의 밤도 뉴트로 열풍의 한 장면이었다. 15년간 중단됐던 문학의 밤이 부활한 건 지난해였다. 코로나19로 별다른 교회 내 모임을 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유대감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였다.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문학의 밤이 청소년들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문화였던 것. 정영학 학익감리교회 청소년부 목사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 안에서 자란 아이들조차 문학의 밤을 처음 준비하다 보니 신선하고 좋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학익감리교회 청소년부 회장인 이동환(15)군도 “문학의 밤이라는 이름 자체를 지난해 처음 접했다”며 “올해 초대받은 친구들도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할 새로운 경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학익감리교회 제공

올해는 지난해보다 행사에 힘을 줬다. 4개월 전부터 정성껏 무대를 준비했다. 엔터 업계에 종사하는 청소년부 교사가 합세해 공연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문학의 밤을 위해 이른바 ‘아이돌식 교습’까지 진행됐다. 정 목사는 또 “요즘 친구들은 문화적 눈높이가 높다”며 “과거 문학의 밤과 같은 장르의 공연이라도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수준을 끌어올린 점은 아이들이 자신 있게 친구들을 초청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문학의 밤은 ‘힙한 문화’로 통했다. 겨울이 되면 청소년들이 연극과 찬양 콩트 등 다양한 공연을 준비해 교회 밖 청소년들을 교회로 초청했다. 사람들이 몰렸고, 문학의 밤을 통해 전도가 이뤄졌다. 무대를 준비한 교회 청소년들에게는 끼를 발견하는 장이었다. 한국의 연극·뮤지컬 배우의 70%가 ‘문학의 밤 출신’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예장통합 총회 문화법인 사무총장 손은희 목사는 “놀 거리가 없던 시대, 교회의 문화 행사는 지역의 잔치처럼 여겨졌다”며 “199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문화에 대한 사회의 투자가 확대됐지만 교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문화적 리더십을 많이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레트로 열풍은 과거의 교회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과 교수는 “레트로가 전에 알던 것을 회상하는 거라면 뉴트로는 경험 못 한 사람이 새롭게 느끼는 신선함”이라며 “새벽송이나 크리스마스 이브 올나잇 등 교회가 잃어버린 문화들을 다시 꺼내 새롭게 발전시킨다면 교회 내 유대감 증대와 복음 전파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용 성만교회 목사는 “관성적으로 해온 행사들을 진단해 새롭게 접근한다면 교회 안의 소중한 문화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목사가 시무하는 경기도 부천시 성만교회는 파자마 파티, 성인식, 반별 캠핑 등 온 세대가 어우러져 다양한 행사를 의미 있게 진행하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목사는 “행사를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 의식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며 “공동체의 본질에 집중할 때 교회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고 강력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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