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이 추수감사절 팔레스타인계 미국 대학생 3명을 쏘고 달아났다. 피해자들이 팔레스타인 전통 복식인 카피예(체크무늬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던 점을 들어 경찰은 증오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25분쯤 버몬트주 벌링턴시 버몬트대 인근에서 20대 팔레스타인 출신 대학생 3명이 괴한의 총격으로 다쳤다. 2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나머지 1명은 위중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피해자 중 1명의 친척 집에 가던 중 권총을 든 용의자와 마주친 것으로 파악됐다. 백인 용의자는 아랍어로 대화하던 피해자들에게 말없이 다가가 모두 4발을 쏘고 도주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물건을 훔치지 않았고, 피해자 2명은 카피예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버몬트주 존 무라드 벌링턴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을 보고 증오에 의한 범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증오범죄 수사를 위해 연방수사국(FBI)에 협조를 요청했다.
미로 웨인버거 벌링턴 시장도 “총격 사건이 증오 범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이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들은 히샴 아와르타니, 킨난 압달하미드, 타신 아메드로 각각 미국 브라운대, 하버포드대, 트리니티대 3학년 재학생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 있는 사립 비영리 학교 라말라 프렌즈 스쿨을 함께 졸업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계이지만 2명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다른 한 명도 합법적 거주자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미국 내 무슬림 인권단체인 미국아랍비차별위원회(ADC)는 성명을 내고 “이번 총격은 단지 이들이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버몬트주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출신 청년 3명이 피격된 충격적이고 매우 슬픈 일이 이곳 벌링턴에서 발생했다”며 “증오는 이곳은 물론 다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