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성매매 영업 현장으로 내몰린 여성들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범죄자 취급하며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유엔(UN)의 지적이 나왔다. 유엔은 한국 정부에 이들 여성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성매매 혐의로 조사받은 뒤 출국 명령이 내려진 필리핀 여성 3명이 낸 진정에 대해 “한국이 여성들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들은 2014년 예술흥행(E-6) 비자의 일종인 ‘유흥시설에서의 공연활동(E-6-2)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클럽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입국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서울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게 됐다. 위원회는 업주가 이들의 여권을 뺏고 성적 향응을 제공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015년 3월 해당 업소를 단속하며 여성들도 함께 체포하고 성매매 혐의를 조사했다. 위원회는 “경찰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공무원들이 여성들의 피해 사실을 알아챘어야 하지만, 범죄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로 취급했다”며 “여성들은 경찰에서 자신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성매매 혐의점에 대해서만 조사를 받았으며 출입국 담당 공무원이나 경찰관 가운데 이들에게 인권침해 관련 피해 사실을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이 여성들은 경찰 조사를 받고 한 달 뒤 출국 명령을 받았다. 여성들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2017년 1심에서 기각됐다. 이어 2018년 2·3심에서도 패소하자 같은 해 11월 유엔에 진정을 냈다.
유엔은 이번 사건을 ‘정부에 의한 차별’로 규정하며 한국 정부에 배상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피해 여성들이 수사 및 사법절차를 거치는 동안 차별을 겪었다”며 “여성들이 사법 접근권을 거부당했기 때문에 형사사법 제도상의 2차 피해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집행 기관 단속 과정에서 무고한 여성이 자의적으로 체포되거나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성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 행위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배상을 대한민국에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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