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가 60대 고령층에 대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계속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정책 허점을 인정하고도 시중은행과 달리 즉각 바로잡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8건의 50년 만기 주담대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3건은 정부가 가계 부채 억제를 위해 주담대 규제에 나선 9월 이후 신규 대출이었다. 최고령 대출자는 65세였다.
주금공의 50년 만기 주담대(우대형)는 만 34세 이하 또는 혼인 신고일 기준 7년 이내 신혼부부가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신혼부부의 경우 연령 제한이 없어 고령이어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기대 수명과 상환 능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10월 50년 주담대를 받은 40~50대 신혼부부도 201쌍에 이른다.
고령자에 대한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문제는 지난 달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강 의원은 “신혼부부라면 60대 이상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며 “위원장이 몰랐다면 국민은 충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혼부부에 대해선 생각을 못 했다”며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하면 100% 다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규제가 보완되지 않고 있다는 게 강 의원 지적이다.
이와 달리 시중은행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국민은행은 40년 초과 주담대에 대해 만 34세 이하의 연령 제한을 신설했다. 신한은행과 농협 등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했다. 금융위가 지난 9월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급증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시중은행에 대출 기준 강화를 주문하자 즉각 시정한 것이다.
반면 정작 금융위는 오류를 시인하고도 정책 상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국감 이후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후속 조치 자료 요구에도 “제도 운영상황·신청 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필요하면 제도개선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실상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금융위가 자신들도 잘못 설계한 정책 상품을 비슷하게 취급한 시중은행만 비판하고 정작 자신들의 오류는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즉시 검토 후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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