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노리치시티)의 불법 촬영 혐의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이 메신저 대화 내용과 통화 내역을 전격 공개했다. 황씨 측이 “합의된 영상”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공개된 대화에는 피해 여성이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어 불법 촬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와 황씨가 지난 6월 27일 오후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두 차례 통화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영상 유포 사실을 알게 된 뒤 피해자는 황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고 그날도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씨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답했다.
또 피해자가 “어찌 됐든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 근데 여기서 잘 마무리해 주면 법적인 조치는 취할 생각은 없다”고 하자 황씨는 “그걸(유포를)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황씨는 이후 2시간쯤 지나 재차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라며 “피해가 안 가게 정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피해자와 (첫 번째) 통화할 때 불법 촬영인 것에 대해 반박하지 못하다가 그 후 갑자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촬영 사실을 안 직후 영상 삭제를 요구했지만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며 황씨를 불법 촬영 혐의로 조속히 검찰에 송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측은 이와 함께 황씨 측이 공개한 입장문 속 피해자 신상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은 법적 문제가 있다며 ‘2차 가해’를 멈추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입장문에 피해자 신원을 특정되는 표현을 넣은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황씨 측이 전날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가해자가 영상을 찍을 것이라 늘 예의주시하고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두면 촬영 중인지 알아야 하느냐”며 “이는 촬영에 대한 ‘동의’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황씨의 사생활 폭로 게시물을 올리고 협박한 혐의로 황씨의 형수 A씨를 전날 구속 송치했다. 최근 황씨의 형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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