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22일 오후 3시부터 효력 정지했다.
특히 9·19 합의 1조 3항(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조항)에 대한 효력이 정지되면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공중 감시·정찰 활동에 대한 족쇄가 풀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효력 정지는 북한이 21일 기습적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조치다. 미국과 일본은 북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그러나 효력 정지에 대해 북한이 반발해 다른 형태의 도발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방부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9·19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 정지를 발표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 이전에 시행하던 MDL 일대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궤도에 진입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 상태 등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만리경 1호’가 앞으로 7~10일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태평양지역 괌 상공에서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군사기지 구역을 촬영한 항공우주 사진들을 봤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였다”면서 “더 많은 정찰위성들을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주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눈은 군사정찰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군사정찰위성이 일정 성과를 거둔 게 뚜렷해짐에 따라 북한 감시·정찰 자산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계 조치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북한 정찰위성이 정상궤도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것을 규탄한다”며 “미국은 본토의 안보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공위성이라고 칭하더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는 명백히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일본 국민으로서는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사태”라고 강조했다.
이택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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