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연구원은 지난 20일 발간한 ‘2024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이차전지 업종의 내년도 수출 감소 폭을 2.6%로 전망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13대 주력 수출산업 중에서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중국발 공급 대란에 실적 부진을 겪는 석유화학(-0.5%)보다 내년 수출 환경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6월 산업 전망에선 올 하반기 이차전지 수출이 전년 대비 9.2%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식자 하반기 수출 전망을 -21.6%로 재조정했다. 5개월 전 ‘맑음’으로 진단한 산업 기상도도 ‘흐림’으로 수정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 둔화로 배터리 수출 실적도 내림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23일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의 빈자리를 채우며 ‘수출 효자’ 역할을 한 이차전지 산업에 ‘실적 포비아(공포증)’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까지 1000조원이 넘는 장기 수주 계약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효과로 이차전지 시장의 장밋빛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침체 국면에 놓이면서 실적 악화는 물론 성장성이 크게 꺾였다고 평가받는 ‘역기저효과’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까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너무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실적이 주춤할 때 겪을 충격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배터리 소재 업종은 4분기 전망도 어둡다. 리튬 등 배터리 광물 가격이 최근 1년 새 70%가량 떨어지는 등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주요 제품의 판매 가격(판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71억원과 657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55%, 69%씩 쪼그라들었다. 이들 기업은 원재료와 제품 가격을 연동하는 판가 연동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광물 가격이 끊임없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든 양극재를 싼값에 파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소재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올 4분기까진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차전지 실적 공포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의 전기차 생산 감소 여파가 반전되기까진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공장 증설이 빨랐던 만큼 설비 공급 과잉과 증설 지연 현상도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외부 변수도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원재료 조달 문제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어 내년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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