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카데이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투자 성공담을 내세워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투자사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정국)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엄모(4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투자자 모집에 관여한 골프선수 3명과 회사 직원 등 공범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엄씨 등은 2018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비상장 주식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48명으로부터 108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엄씨는 ‘기생충’에 투자했던 사실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실제 비상장 주식 투자에서 367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생충의 경우 1억원을 투자해 2억9000만원 수준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 모집을 위해 엄씨는 4~5개 대학교 최고위 과정을 동시에 다니며 인맥 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골프선수 3명도 동원됐다. 이들은 엄씨로부터 투자자 모집에 대한 수수료를 받고 골프 접대를 하며 투자자를 모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엄씨가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을 수익으로 포장해 앞선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폰지 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 소유의 토지･주택과 오토바이 등 재산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며 “‘원금보장’ ‘고수익’ 등을 내세우는 금융･경제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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