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8차 전체 회의를 열고 ‘모든 지역구 전략 공천 원천 배제’ 등을 담은 4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특히 ‘대통령실 출신 인사, 전략 공천 원천 배제’라는 문구를 혁신안에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에 대통령실 인사들이 대거 차출될 것으로 예상되자 ‘예외 없는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소희 혁신위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제안한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똑같이 공정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향식 공천이란 경선으로 지역구 출마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중앙당 공천 기구에서 출마자를 결정하는 전략 공천과 반대 개념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위에서 내려오는 공천보다 당원과 지역구 민심을 가장 큰 틀로 하는 공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래서 지금까지 (혁신위가) 중진들이 희생해줄 것을 부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분들은 중진이 아니지만,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예외 없이 상향식 공식이라는 일반적 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3차 혁신안에 포함했던 ‘우세지역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과 배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건 청년끼리만 경쟁하는 지역구”라면서 “청년을 전략 공천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혁신위는 엄격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의 적용을 요구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 전과자는 전부 공천에서 배제하자는 내용이다.
혁신위는 회의에 앞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만났다. 김 전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이렇게 약해지고 어려움을 겪고 보수가 분열된 원인은 잘못된 공천”이라며 “이번 혁신위는 정당 민주주의를 정착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을 당에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권력자 주변에서 그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하는 사람이 몸을 던져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거듭 압박했던 당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 의원 용퇴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혁신위 활동을 두고 연일 각을 세우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중앙당사에서 인 위원장과 만나 신뢰를 재확인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김 대표는 “혁신위의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고, 인 위원장은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계속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면담 전에 “변화하기 위해 힘든 길을 걷고 있는데, 꿋꿋하게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의 갈등을 봉합했지만 내홍이 번질 불씨는 살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이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진 일부 혁신위원의 말도 전달했다.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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