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채무자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불법 대부업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구미옥)는 15일 초고금리를 내걸고 취약계층에 돈을 빌려준 혐의로 대부업체 중간관리자 A씨(31) 등 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B씨(31)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저신용자 83명을 대상으로 2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뒤 최대 연 2만4333%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30만원을 빌려준 뒤 일주일 후 50만원을 갚도록 강요하고 체불 기간이 길어질 때마다 ‘연장비’ 명목으로 추가 이자를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채무자가 변제 기간을 넘길 경우 악질적인 협박을 가했다. 피해자에게 받아뒀던 나체 사진을 가족과 지인에게 보내거나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협박했고, 채무자 얼굴 사진을 합성해 성매매 전단을 만들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돈을 갚지 못하자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당했다. 딸이 다니는 중학교에 ‘삼촌인데 조카와 통화하고 싶다’는 식으로 전화하기도 했다.
검찰은 채권추심 과정에서 채무자와 가족·지인에게 계속 연락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한 것을 ‘지속·반복적으로 연락해 불안감 등을 준 행위’로 보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생계비나 치료비 등으로 급전을 필요로 했던 청년, 영세상인, 신용불량자 등이었다. 83명 중 30명이 30세 이하 사회초년생이었다. 모친 치료비를 위해 30만원을 빌린 한 피해자는 근무하는 회사로 계속해서 협박 전화가 걸려와 일을 그만둬야 했다.
검찰은 이들이 대출 광고, 채무자 모집, 대부자금 관리 등 역할을 철저히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을 토대로 추후 총책 등을 수사해 범죄집단 조직·활동 혐의 추가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