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에서 수도권 대단지나 브랜드 아파트라도 ‘그 가격이면 안 한다’는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오며 반 토막 난 전국 청약 경쟁률은 지난달 반등했지만 미달률도 동반 상승했다.
15일 직방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달 전국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4.3대 1이었다. 지난 8월 19.9대 1에서 9월 10.0대 1로 크게 눌렸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오른 것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기만 한 건 아니다. 지난 8월 26.4%에서 9월 10.8%로 급감했던 1순위 미달률 역시 지난달 13.7%로 다시 높아졌다. 경쟁률과 미달률이 모두 올랐다는 건 청약 수요가 특정 단지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34개 단지 중 경쟁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아파트는 6곳뿐이다. 절반인 17개 단지가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전체 4곳 중 거의 1곳꼴(23.5%)인 8개 단지는 1순위에서 미달이 났다.
경기 화성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은 민영주택이 377.0대 1, 국민주택(공공)이 101.3대 1로 경쟁률 1, 2위를 다 가져갔다. 민영 10만5179명, 공공 2만7863명 등 이곳 1순위 청약에만 13만3042명이 몰렸다.
이 아파트와 함께 전국 경쟁률을 끌어올린 단지는 86대 1로 마감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e편한세상 강동프레스티지원’과 강원권 아파트로는 드물게 31.4대 1을 기록한 춘천 ‘더샵 소양스타리버’ 정도다.
지난달 청약 결과는 수도권에 들어서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와 대단지라도 흥행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분양 전 관심과 청약 성적이 별개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매머드급인 3344가구 규모로 주목받은 경기 광명 ‘트리우스 광명’은 1순위 모집에서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4.7대 1로 마감했다. GS건설이 김포 고촌읍에 짓는 1297가구짜리 ‘고촌센트럴자이’는 김포의 서울 편입 논의가 등장한 시장에서도 1.9대 1에 그쳤다.
현대건설이 첨단복합단지 겸 해양레저도시인 시흥 시화 MTV(멀티테크노밸리)에 조성하는 851가구 규모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1.3대 1)도 미달을 면한 수준에 불과하다. 수원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는 모집가구의 57.5%가 미달하며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들이 외면당한 이유는 주로 높은 분양가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트리우스 광명은 웬만한 서울 아파트보다 비싼 12억원에 달했다. 고촌센트럴자이는 거의 7억6000만원까지 책정된 가격이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는 전용 84㎡가 거의 9억원이었다.
흥행 요인도 분양가였다. 폭발적인 경쟁률을 기록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은 전용 84㎡가 최고 4억8100만원으로 비슷한 면적의 주변 아파트보다 3억~4억원 저렴했다.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덕이다. e편한세상 강동프레스티지원은 84㎡가 12억~13억원대로 ‘강동구 신축치고 적당한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성헌 직방 매니저는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의 민감도가 더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청약 결과를 결정하고 있다”며 “지난달 분양 단지는 관심이 높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낮으면 부진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1순위 평균 경쟁률은 서울 24.8대 1, 강원 24.1대 1, 경기 21.7대 1 순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어 대전 7.7대 1, 인천 6.7대 1, 부산 5.9대 1, 충남 2.1대 1 전북 1.8대 1 순이다. 경북(0.9대 1)과 울산(0.5대 1)은 미달했다.
서울 청약 경쟁률은 아직 다른 지역보다 높지만 추세로 보면 올해 중순(6월 122.3대 1)을 정점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경쟁률은 하반기 최저다. 올해를 통틀어 이보다 낮은 경쟁률은 4월(2.4대 1)밖에 없었다.
미달률은 울산(47.0%) 충남(26.5%) 경북(21.7%) 전북(18.7%) 경기(10.3%) 순으로 높았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강원은 미달이 없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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