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던 남편 혼외자가 남편 사망 후 갑자기 나타나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자는 남편 도움 없이 50년가량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15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런 내용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을 보낸 A씨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남편과 결혼해 아들 둘, 딸 둘을 낳았다”며 “바깥으로 나돌던 남편은 생활비도 안 줬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이어 “저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키웠다”며 “세월이 흘러 나이든 남편은 집에 들어왔지만, 결혼 50주년을 앞두고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족에게는 한참 부족한 남편이었지만 함께한 세월 때문인지 장례를 치르며 참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장례식을 마치고 얼마 안 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남편 사망신고 등을 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난생처음 듣는 이름이 A씨의 자식으로 돼 있던 것이다.
A씨는 “처음에는 전산상 오류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젊은 남자가 저희를 찾아왔다”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 낳은 혼외자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남편은 외도해 낳은 아들이 자랄 때까지 연락했고 생활비도 줬다고 한다”면서 “그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갑자기 소장이 날아왔다. 혼외자가 저와 제 자식들에게 유류분을 청구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문제는 남편한테는 재산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저 제가 힘들게 모은 돈으로 이만큼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우리 가족 재산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혼외자 친모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사연을 접한 김미루 변호사는 “혼외자가 등장해 사망한 배우자 자녀라고 주장할 경우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실제 그 혼외자가 배우자 친자식인지 여부”라며 “사연자 남편 아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돼야 유류분 반환 청구권도 생기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부터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유류분 반환 청구권이 인정되려면 망인이 생전 증여를 하거나 유증을 해 상속재산을 부족하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며 “사연자 재산이나 자녀 재산이 ‘남편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다’고 하니 유류분 산정 기초가 되는 재산 자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사연자 재산과 자녀 재산이 자신들의 자력으로 일궈온 재산임을 주장하고, 혼외자가 망인이 증여한 재산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유류분 산정 기초가 되는 재산이 없어서 혼외자 유류분 반환청구는 기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연자가 혼외자 모친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안타깝게도 위자료를 청구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위자료 청구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인데, 이는 소멸시효가 있다”며 “불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내 또는 행위 발생일로부터 10년 내에 청구해야 하고 둘 중 먼저 시기가 도달되면 소멸된다”고 설명했다.
혼외자가 이미 성인이 됐을 만큼 세월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위자료를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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