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전제로 만난 연인이 만나는 동안 몰래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30대 여성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여성은 “본인의 결혼식 날에는 자격증 시험을 친다고 하고 신혼여행 때는 해외 출장을 간다고 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A씨는 지난 13일 커뮤니티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친이 저 몰래 결혼을 했다’는 사연을 게재했다. 올 4월 한 남자가 전화번호를 물어와 만남이 시작됐다던 그는 “어느 연인과 다름없이 잘 지내왔고 만남 도중에 그 남자의 지인들과 자리를 여러 번 같이 했다. 그때마다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다”며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남친은 연락도 잘했다. 심지어 A씨의 가족에게도 잘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공인중개사 2차 시험 준비로 바쁘다던 남친이 A씨의 집에서 상을 치르게 되자 조문도 왔다고 했다. A씨는 “우리 부모님, 친척들 모두 대면하고 내년에 결혼할 남친이라고 인사드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10월부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한다는 말에 퇴근 후엔 만남을 짧게 갖고 헤어졌지만 휴무 때도 별다른 문제 없이 일상적인 데이트하고 지냈다”며 “공인중개사 책 사진도 보내주고 ‘오늘은 공부가 머리에 잘 들어 온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도시락까지 싸주며 남친의 시험을 응원했다.
남친은 10월 말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 출장을 간다고 했다. A씨는 남친을 위해 간편식으로 먹을 반찬도 챙겨줬다. 그러나 A씨는 이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드는 점이 있었다. 해외라는 사람이 배경 사진은 안 보내주고 본인 셀카만 보냈다”며 “9장 정도 되는 명소 사진을 보내줬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블로그 사진을 보낸 거였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A씨는 공인중개사 시험의 수험표를 보여 달라고 했다. 하지만 남친이 보여준 수험표는 가짜였다고 했다. 그때부터 A씨의 의심은 깊어졌다. 남친의 회사에 찾아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모든 걸 들킨 남친은 결혼 사실을 실토했다고 했다.
A씨는 “결혼하자고 먼저 말한 것도 그쪽이었고 올해는 연애, 내년엔 결혼, 내후년엔 육아에 집중하자며 혼수 가전 이야기도 자주 했다”며 “어떻게 8개월 동안이나 속였는지 분노가 치밀어 회복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생에 겪어 볼 수 없을 만한 일을 당해 일상적인 생활도 불가할 정도로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민사로 법적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 “혼인빙자라니 괘씸하다”며 화난 반응을 보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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