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무는 비서이기 때문에 뽑는다면 여성을 뽑을까요, 아니면 남성을 뽑을까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비서직 채용 면접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이같이 던져진 질문을 성차별적이라고 판단했다. 직무와 관련 없이 성별을 기준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 질문이 부적절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13일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에게 채용 면접에서 면접위원이 직무와 관련 없이 성차별적으로 질문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사무보조원(비서실) 채용에 응시한 남성 지원자 A씨는 면접위원에게 “이 직무는 비서이기 때문에 뽑는다면 여성을 뽑을까요, 아니면 남성을 뽑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망설이던 A씨는 “여성을 뽑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A씨는 “남성이 비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 데도 이같은 질문을 한 것은 남성 응시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도의회 측은 해당 질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채용하려던 비서직 업무가 일정 관리 및 의정활동 지원, 사무보조 등 단순한 업무로 남성 지원자가 업무에 임할 각오가 됐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답변했다.
또 “성차별 의도는 없었으며, 응시자별 득점 결과를 볼 때 해당 질문이 진정인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당 질문을 성차별적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비서 직종의 고용 현황을 고려할 때 남성 응시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채용 결과를 전제·예견하는 질문”이라며 “성별을 이유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성별에 따라 직무가 구분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을 전파해 남성 응시자를 합격시키는 데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질문을 받은 응시자는 면접 압박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채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