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을 보관하던 임대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한라산소주(이하 한라산)가 일부 배상을 받게 됐다.
10일 제주지법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주 민사1부(재판장 이재신)는 주식회사 한라산이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사업개발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손해액 5억4000여만원의 25%에 해당하는 약 1억3500만원을 한라산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라산은 2018년부터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와 창고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숙성용 원주 오크통 356개와 원주 6만9558ℓ를 보관하며 협회 측에 관리를 맡겼다.
창고에 있는 주정 원액들은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10년 넘게 숙성된 제품이었다.
2020년 3월 5일 오후 창고 화재로 주정 원액을 담은 오크통들이 전부 타버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협회가 위탁 감호하던 청소년들이 건물 주변에서 불장난을 하다 불이 난 것이다.
한라산은 협회 측의 관리 부실로 화재가 발생해 재산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2021년 2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비영리 목적의 재단 상황을 고려해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이에 한라산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라산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창고 시설 종사자들의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 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화재는 시설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창고 종사자들의 사용자로서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가 공익 목적으로 이 사건 시설을 설립해 운영해온 점, 불탄 오크통과 원주가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물건인데도 원고가 창고 안전관리나 화재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에 대한 피고의 책임비율은 25%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