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이 교전 지역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매일 4시간씩 가자 북부에서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로부터 (교전)중지 동안, 이 지역에 군사작전이 없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고 믿는다”며 “이는 민간인들이 전투행위의 영향에서 벗어나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비 조정관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4시간 교전 중지는 이날부터 시행되며 이스라엘이 매일 교전 중지 3시간 전에 이를 시행하는 시간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이 기존 인도주의적 통로에 더해 해안가 도로를 인도주의적인 이동통로로 연다고 말했다. 그는 “첫 통로는 지난 며칠간 (하루) 4~5시간 동안 개방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남쪽으로 이동하게 했다”며 “해안가 도로인 두 번째 통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남쪽으로 다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달 4일부터 매일 4시간 동안 민간인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향하는 인도주의 통로를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벌인 외교적 노력의 “직접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가자지구내 구호물자 반입 및 민간인 대피, 인질 석방 등을 위해 인도주의적인 교전중지를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일 것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에 요구해온 인질 석방을 위한 ‘3일 교전중지’ 모색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3일간 교전중지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사흘보다 더 긴 중지를 요청해왔다”고 답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그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좌절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내가 희망한 것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답했다.
파텔 부대변인도 “오늘의 발표는 인도적 지원의 흐름을 확보하고,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인질 석방에 대해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국제 미디어 담당 대변인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가자지구 인도주의 정책의 변화는 없다면서 “우리는 인도적 구호 등을 위해 제한적인 구역과 시간 안에 진행되는 전술적, 지역적 교전 중지만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된 교전 중지는 일주일에 두차례 4시간 동안 민간인의 남쪽 이동과 구호품 이동을 위해 이스라엘이 이어온 인도적 통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제한적인 교전중지를 시행키로 한 것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 증가에 따른 국제사회와 미국의 인도적 교전중지 요구에 일부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현 상황에서 휴전 자체에 대해서는 하마스의 전열 정비를 도울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하마스 측은 일시적 교전 중지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어떤 부분도 합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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