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탄 차량을 바다로 빠뜨렸다는 혐의를 받았던 남편이 살인죄 무죄 확정에 이어 보험금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해 12억원을 받게 됐다.
사건은 2018년 12월 31일 벌어졌다. 박모(55)씨는 아내 A씨와 새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오후 10시쯤 전남 여수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 갔다. 두 사람은 그해 12월 10일 결혼한 3주차 신혼부부였다.
박씨 부부는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에 차를 세워두고 대기 중이었는데, 박씨가 혼자 차에서 내린 직후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는 차량을 뒤쪽으로 옮기겠다며 후진하다 추락방지용 난간에 부딪혔고, 차를 살펴보겠다며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고 주차 브레이크를 푼 채 바깥으로 나갔다. 조수석 뒤쪽 창문은 7㎝ 정도 열려 있었다. 박씨 하차 직후 차량은 비탈길을 따라 굴러 내려갔고 A씨는 차량과 함께 바다에 빠져 숨졌다. 사인은 익사였다.
검찰은 박씨가 고의로 뒤에서 차를 밀어 A씨를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사고 직전 아내 명의로 17억원 상당 보험이 다수 가입된 점, 혼인신고 이후 수익자 명의가 박씨로 변경된 점 등이 살인 혐의 근거가 됐다.
박씨는 2018년 9월 보험설계사로 채용돼 일을 시작했고, A씨와는 9월 말~10월 초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A씨는 10~11월 박씨 권유로 총 12억원 상당의 사망보험 3개에 가입했다. 이중 10억원 보장 보험은 박씨를 보험모집인으로 해서 가입했다. A씨는 혼인 직후인 12월 12~13일 3개 보험 수익자를 모두 기존 ‘법정 상속인’에서 ‘박씨’로 변경했고, 31일 숨졌다.
1심에서는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2020년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해자 움직임에 따라 차가 굴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박씨가 차량을 뒤에서 밀었다는 것을 증명할 아무런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살인 혐의를 벗은 박씨는 그해 10~11월 보험사들을 상대로 “12억원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보험금 소송에서도 앞선 형사 재판과 마찬가지로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지난해 12월 “박씨가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며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우연한 사고일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험사들의 지급 의무가 면책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은 박씨 형사 재판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판결을 뒤집었다. 우연히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험사들이 12억원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일 원심의 ‘12억원 지급’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원심이 정한 지연손해금 계산의 시작점만 “법리 오해 잘못이 있다”며 바로잡았다. 보험사들이 보험급 지급을 거부한 2020년 10~11월부터 이날까지 붙은 이자를 계산하면 2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역시 박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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