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윤종(30)이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경찰관 옆에서도 “너무 빨리 잡혔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의 재판을 열고 당시 현장에 최초로 출동한 경찰관 A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A씨는 등산로를 수색하다 쓰러진 피해자를 먼저 발견했고, 비탈길을 올라오는 최윤종과 마주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최윤종의 옷매무새는 흐트러져 있었고 땀을 흘리고 있어 범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A씨가 최윤종에게 “강간했냐”고 묻자 최윤종은 “본인이 했다”고 답했다. 다시 “피해자가 왜 저기 누워있냐”고 질문하자 최윤종은 “처음부터 누워있었다”고 답했다고 A씨는 기억했다.
A씨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피해자를 평지로 옮겨 CPR을 실시했다. 이때 약 3m 떨어진 곳에서 체포된 최윤종이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말했고 “너무 빨리 잡혔다”는 혼잣말도 했다고 A씨는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 A씨 외에도 숨진 피해자를 직접 부검한 법의관 B씨도 출석했다. B씨는 증인신문에서 최윤종이 검찰 공소사실에 기재된 3분보다 더 오랜 시간 피해자의 목을 눌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최윤종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을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최윤종은 지난 8월 17일 오전 11시32분쯤 관악구의 한 등산로에서 30대 여성 A씨를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폭행 후 A씨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틀 뒤인 지난 8월 19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숨졌다.
최윤종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목을 조른 것이 아니라 옷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아 압박한 것이란 취지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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