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흉악범을 국내에 편입시키면 국민 생활과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 심리로 열린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 재판에서 이 같이 발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은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후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무단으로 월선한 이들을 우리 해군이 제압해 나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이어 “이들은 하룻밤 새 동료 선원들을 흉기로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정부에선 이들을 사법절차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들의 귀국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흉악범을 국내에 들일 경우 발생할 위협을 고려해 북한으로 되돌려보냈다는 얘기다.
함께 기소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서 전 원장은 “정 전 실장과 의견을 같이한다”며 “북송 결정이 위법이라는 전제 아래서 이뤄진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민들을 북송하는 의견에 ‘타당하다’고 수긍했을 뿐,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진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역시 “통일부는 당시 합동조사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탈북 어민들의 수용과 퇴거를 결정하는 것도 통일부 기능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탈북 어민이 살인자라고 한들 국내 수사와 재판으로도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며 “그것이 헌법상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송된 이들이 살해 혐의를 받는 게 사실일지라도 북송하는 게 아니라 국내법으로 처벌했어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북한 어민 2명은 동해상에서 어선으로 남하하다가 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이들 어민이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러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닷새 만에 북송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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