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요구에 따라 KT 등 통신사들이 ‘https(보안접속 프로토콜)’을 통한 온라인사이트 접속을 무더기로 차단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음란물 등 불법정보 유통을 차단해 건전 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목적을 고려할 때 정부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박모씨 등 2명이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을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6월 방심위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https를 이용해 불법 사이트에 우회 접속하는 경우도 차단이 가능한 ‘SNI(Server Name Indication·서버 이름 표시) 차단 방식’을 도입하기로 협의했다. 방심위는 이를 근거로 2019년 2월 KT·SK브로드밴드·LGU+ 등 9개 통신사에 SNI 차단 방식을 도입해 성매매, 음란물, 도박 등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온라인사이트에 대한 이용자 접속을 막으라고 시정요구했다.
결과적으로 불법이거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사이트 895개에 대한 이용자 접속이 일제히 차단됐다. 20~3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개인의 사적 공간까지 침범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26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국민청원에서는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면서도 “도박·불법촬영물 등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답했다.
박씨 등 청구인들도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불법사이트 운영자 제재 강화 등 개인 권리를 덜 침해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방심위가 남용 우려가 있는 접속 차단 방식을 택해 알 권리를 침해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는 개인적 불이익보다 불법정보 유통 방지라는 공익이 더 중대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불법정보 등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크다”며 “불법정보의 유통을 차단해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고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방심위 시정요구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http를 대체하는 https의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불법정보에 대한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며 “SNI 차단 방식과 같은 보다 고도화된 기술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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