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종(原種)인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의 생물 주권 확보 작업이 본격화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내년 상반기 중 한라산 구상나무 기준목을 선정해 표준 유전체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기준목은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중 대표되는 표준 나무를 말한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기준목의 잎, 줄기, 열매, 뿌리 등 생체 정보를 담는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달 13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연내에 기준목 선정 기준을 확정한다.
유전체 분석은 서울대, 충남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추진한다.
표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 오픈 소스로 공개해 세계 구상나무 연구진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도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생물 주권과 유전 다양성 보전의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구상나무는 전나무의 한 종류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으며, 구상나무가 숲을 형성한 곳은 한라산이 유일하다.
1918년 일본 식물학자 나까이 교수가 분비나무로 학계에 최초 보고했으나,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윌슨이 분비나무와 다른 종이라며 구상나무(Abies koreana)라는 이름을 새로 붙였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윌슨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간 뒤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되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푸른 상록수로 가시가 없고 산처럼 가지를 뻗은 모양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걸기에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면서 현재 유럽에는 원종이 구상나무인 개량종이 90종 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기준목 선정 시에는 1920년 윌슨이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 속 구상나무의 외형을 기준으로, 국내외 수목도감에 표현된 구상나무의 형태와 수령, 자생지 환경이나 접근성 등을 종합해 적용할 계획이다.
기준목이 선정되면 크리스마스 트리의 대표 나무로 구상나무를 적극 홍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 세계유산본부는 구상나무 보전 전략 마련을 위해 2026년을 목표로 구상나무 데이터베이스 구축, 생장·쇠퇴 연구, 복원매뉴얼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100년 전에는 영국 식물학자가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확인해 세상에 알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구상나무 기준목으로 유전적 구조를 밝혀 생물주권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상나무는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2012년 볼라벤 등 잇단 태풍과 2013년 봄 가뭄으로 성판악 일대 구상나무가 크게 줄었다.
한라산 구상나무 분포면적은 2006년 738㏊에서 2021년 606㏊로 감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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