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명장 더스티 베이커(74)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이 공식 은퇴하고 오랜 사령탑 생활을 매듭지었다. 베이커 감독은 “이것은 작별이 아니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남기며 새로운 야구 인생을 예고했다.
베이커 감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휴스턴을 지휘할 기회를 준 짐 크레인 구단주에게 감사하다. 엄청난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 휴스턴 팬,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와 코치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베이커 감독은 199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사령탑 커리어를 시작했다. 26번의 정규시즌을 치르면서 통산 4046경기에서 현역 감독 중 가장 많은 2183승을 거뒀다. 세 차례 ‘올해의 감독상’도 차지했다.
베이커 감독이 지휘한 휴스턴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꺾고 평생의 숙원이었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감독 커리어 30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올해는 7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에 올랐지만 7차전 접전 끝에 텍사스 레인저스에 3승 4패로 져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고 팀을 아우르는 데 능했던 베이커 감독은 MLB 대표 덕장으로 통했다. 젊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도 고참 선수들의 경험을 살리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베이커 감독은 “휴스턴에서 보낸 지난 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성적이 저조했다면 그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을 것”이라며 꾸준히 성적을 내준 선수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베이커 감독은 “휴스턴이 내가 있을 때보다 더 좋은 팀이 됐으면 한다. 앞으로도 잘 되기를 바란다”며 남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분간 베이커 감독은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베이커 감독이 거둔 2183승은 빅리그 전·현직 사령탑을 통틀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앞서 2000승 이상을 거뒀던 사령탑들은 모두 MLB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베이커 감독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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