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야당 주도 정치집회’라며 불참 의사를 밝히자 유가족 측이 “유가족과 시민들이 준비하는 순수한 추모행사”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을 다시금 요청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시민추모대회는 정치의 공간이 아니다”라면서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을 정중히 초청한다. 유가족들 옆 자리를 비워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자리에 초청된 여야 정치인들께도 순수하게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과 생존피해자들, 그리고 이 참담한 참사의 충격을 아직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일에만 집중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지난 18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추모대회 자리에 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 영전에 꽃 한송이 올려달라”며 윤 대통령을 초청했다. 또한 298명 여야 국회의원 전원의 국회의원실도 직접 방문해 초청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을 통해 “(이번 추모대회는) 유가족들이 마련한 행사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집회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의 불참을 알렸다. 대통령실은 처음 유가협의 초청장을 받고 참석을 검토했으나, 이 행사가 민주당 등 야권 4당의 공동 주최라는 점을 뒤늦게 확인해 불참하게 됐다고 사유를 밝혔다.
유가협과 대책회의 측은 이에 대해 “지난주 서울시와 협의가 재개돼 조건없이 서울광장에서 추모대회를 개최할 수 있기 돼 야권 4당이 아닌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 공동주최로 준비하기로 됐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처음엔 서울시가 추모대회 서울광장 개최를 사실상 불허해 분향소 옆 도로인 세종대로에 집회신고를 하고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공간이 아닌 도로에서 추모대회를 열면 여러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야 4당에 공동주최를 요청했고, 야 4당이 이를 수락하면서 장소가 서울광장으로 변경됐다.
그런데 추모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서울시와 재협의를 통해 유가협과 대책회의 주최로 시민추모대회 개최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야권 4당에 양해를 구했고, 각 정당들도 이를 존중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추모대회는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행사가 됐다는 게 유가협과 대책회의의 설명이다.
이들은 그러면서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찾을 유일한 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특별법이 통과돼 독립된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다”면서 “사랑하는 가족들 잃고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오직 특별법 제정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유가족에게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은 그 어떤 구분의 기준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진정으로 함께 슬퍼하고 참사의 진실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찾아가는 길에 동행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함께 손잡고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호소했다.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는 오는 29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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