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강남 납치·살해’ 사건 3인조 중 이경우(36) 황대한(36)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3인조 중 범행을 자백한 연지호(30)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주범 세 명에 대해 이같이 선고하고 범행 배후로 지목된 부부인 유상원(51)에게는 징역 8년, 황은희(49)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경우·황대한·연지호가 피해자를 강도·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피해자 부부를 납치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을 강취하고 살해할 계획을 했고 장기간 미행하며 기회 노린 끝에 범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몸무게가 44㎏에 불과한 여성을 건장한 남성들이 야심한 시각에 납치만 한다면 야산까지 이동하거나 구덩이를 팔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약물에 따른 사망이 의도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괄적으로 보면 살해 고의는 실현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 부부를 납치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을 강취하고 살해할 계획을 했고 장기간 미행하며 기회를 노린 끝에 범행했다”면서 “이경우·황대한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고 최초 범행 제안도 자신들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등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밤중 귀가하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돼 야산으로 끌려가 살해된 피해자의 공포와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모친이 코로나19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 피해자의 어린 아들이 살해 사실을 알아차릴 때 받을 충격을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법제도의 극히 예외적인 형벌인 사형을 선고해 생명을 박탈하는 게 정당하다고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두 주범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는 “이경우에게 경비를 제공하고 피해자를 납치한 후 보유한 코인 탐색에 직접 참여하는 등 강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봤지만 사전에 이경우와 살해까지 모의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에게 모두 사형을, 자백한 연지호에겐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사건 피해자 유족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되자 강력히 항의하며 오열했다. 숨진 여성 A씨 남동생은 “말도 안 되는 결과다. 무조건 사형을 내려주는 게 맞는다”며 “유족도 용서하지 않는데 왜 법원이 용서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A씨(사망 당시 48세)를 차로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로 기소됐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갈등을 빚던 A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에 범죄자금 7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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