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주로 이용하는 ‘무인 키즈풀(워터룸)’ 일부 업체가 수심을 표시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 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4곳)과 경기(8곳)에 있는 무인 키즈풀 12곳을 조사한 결과 주 이용층인 어린이 보호를 위한 안전시설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신생 업종인 무인 키즈풀은 일종의 ‘대여 수영장’으로, 예약 손님만 입장할 수 있다. 수질 관리와 물 온도 조절 등은 원격으로 이뤄지며, 안전요원이 따로 상주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인 키즈풀은 키즈카페나 체육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안전관리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수영장의 수심을 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조사 대상 12곳의 평균 수심은 59㎝로, 만 0세 평균 키(남아 기준 49.9㎝)보다 높고, 만 1세의 평균신장(남아 기준 75.7㎝)보다 낮았다.
영유아들은 수영 보조용품을 착용해도 몸이 뒤집혀 얼굴이 물에 잠길 경우 혼자 힘으로 몸을 뒤집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22일 인천 서구의 한 무인 키즈풀 카페에서 두 살 여아가 수심 67㎝의 키즈풀에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키즈풀 내부 입수구에 손발 끼임 방지용 덮개를 설치한 곳도 드물었다. 조사 대상 중 순환 여과 방식으로 이뤄진 8곳 가운데 7곳은 덮개를 설치하지 않았다.
무인 키즈풀의 수질기준이 없는 점도 지적됐다.
수영장은 체육시설법에 따라 수질 기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무인 키즈풀은 이런 기준 자체가 없다. 키즈풀 욕수를 제공한 11곳 업체 중 9곳에서 유리잔류염소가 수영장 수질 기준 범위에 미달했다. 반대로 한 곳에서는 유리잔류염소와 결합잔류염소가 수영장 수질 기준을 각각 2.7배와 1.4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잔류염소 농도가 너무 낮으면 소독력이 떨어져 세균이 번식할 우려가 있다. 농도가 너무 높은 경우엔 안구 통증이나 눈병, 구토증세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무인 키즈풀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 기준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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