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던 노인을 고의로 차로 쳐 숨지게 한 뒤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2)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 측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23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기록에 나타난 A씨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봐도 징역 20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11일 오후 2시20분쯤 전북 군산시 한 도로에서 주행하던 중 길을 건너던 B씨(76)를 발견하고도 가속페달을 밟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망 사고 5초 전까지 차량 속도 시속 33㎞로 달리다가 차량 진로를 변경한 후 시속 42㎞까지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시간 만에 끝내 숨졌다.
A씨는 사고 당일 여러 보험사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알리며 형사보상금과 변호사 선임비 등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그는 운전 중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점을 알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각종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A씨가 보험사들로부터 변호 및 피해자 보상 명목으로 지급받은 보험금은 총 1억7606만2400원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사고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차 안에서 음료수를 마시다가 흘려 앞을 잘 못 보는 틈에 실수로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고 직전 자신이 “흘렸어”라고 말하는 것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증거물로 제출된 영상 속 A씨 행위가 부자연스러운 점,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20년형을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진로 변경 후 약 1초가 지난 후 피고인이 ‘흘렸어’라는 말을 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진로 변경과 동시에 음료수를 마시는 시도를 했다는 것인데, 이는 운전자 스스로에게도 매우 위험한 것이어서 자연스러운 태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아 유족들과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고령의 피해자를 골라 범행하여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취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와 검찰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법원이 채택한 객관적 증거와 간접 사실 모두 모아볼 때 피고인의 주장대로 운전 부주의 또는 전방주시 태만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의심이 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분석에서도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장애가 있는 자녀 4명을 돌봐야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딱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심 양형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2009년에도 전북 익산시 도로에서 70세 노인을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하고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심 법원은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9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2020년 5월 21일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의 발을 승용차 앞바퀴로 밟아 보험사로부터 약 1360만원을 지급받는 등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총 22건의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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