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던 미국인 모녀가 카타르의 중재로 석방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타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핵심 중재자로 부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프랑스 영국 등 서방국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는 자국민을 구해내기 위해 카타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 인질 2명이 석방된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카타르와 이스라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석방 과정에서 카타르가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카타르와 연락하며 인질 추가 석방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최소 210명의 인질 중에는 프랑스 캐나다 국적자 등 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 런던 글로벌 전략 연구소의 마문 판디 소장은 “하마스와의 성공적인 인질 협상을 통해 카타르가 위기 상황에서 외교적 허브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카타르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하자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던 미국인과 유럽인 등을 탈출시키는 데 역할을 했으며 최근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를 해제하는 상황에서도 중재를 맡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본국 귀환 문제를 중재한 곳도 카타르다.
주요 미군 기지가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카타르는 서방뿐만 아니라 하마스 등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10년 전 미국의 후원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에 하마스와 탈레반의 정치 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중재자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교 관계자들은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장 이브 르 드리앙 전 프랑스 외무장관이 카타르를 찾은 것도 인질 석방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디언은 “현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예멘 레바논 시리아 수단 차드 등 더 많은 국가를 상대로 분쟁 조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측 한 관계자는 가디언에 “중재와 분쟁 해결은 카타르 외교 정책의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인력이 이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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