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 대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을 대체로 지지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분열이 나타나며 이탈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혼란이 바이든 대통령을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 조사(지난 18~19일 성인 2116명 대상)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 양자 대결 각각 41%, 46% 지지율을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33%)은 무소속 출마를 발표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3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39%)에게 6% 포인트나 뒤졌다. 케네디 주니어는 19%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응답자 58%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을 지지했다. 64%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여론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스라엘 접근방식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지만, 정작 바이든 대통령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의 글로벌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더라도 그가 누릴 수 있는 정치적 상승세는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며 “경제가 나쁘다는 인식은 그의 재선 전망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미 대선에서는 국내 문제가 외교 정책보다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온 무슬림계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도 악재다. NBC 뉴스는 대선 핵심 경합지인 미시간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무슬림계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미시간주에서 15만 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여기에는 24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계 유권자의 전폭적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미시간주 하원의원인 알라바스 파하트는 “바이든 대통령 혼자서 모든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계 유권자를 소외시켰다. 이들은 (민주당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슬림계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옮겨가진 않더라도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주당과 연합해 온 무슬림계 지도자들은 다음 대선 때도 투표 독려 운동을 계획했지만, 항의의 표시로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블룸버그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승리했던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4개 경합주에서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무슬림계 유권자 이탈이 가속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전쟁 장기화가 미칠 영향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재선 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일종의 변곡점이 돼 국내의 정치 계산을 바꿀 수 있다고 베팅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국제 위기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취약점(고령)을 강점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가디언 국제담당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이날 기고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분쟁 장기화는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수 있고, 지역 불안정이 심화하면 미국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NYT는 “이스라엘 분쟁이 몇 주, 몇 달 동안 계속 뉴스를 지배한다면 대선 캠페인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과정에서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내세울 수 있고, 이는 정치적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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