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중독됐거나 치매, 심각한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는데도 면허를 유지한 채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수백명에 달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9일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를 통해 확인한 정신질환·마약류 중독 의료인 실태를 공개했다.
의료법상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 등은 의료인 면허 취소대상자로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면허취소 대상 정신질환자는 단순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을 정도의 경우에 해당된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행으로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데도 의사 면허를 유지하는 의사와 한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사는 조울증으로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에 불을 질렀고, 한의사는 조현병을 앓던 중 편의점 직원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았다.
의사 2명, 간호사 1명은 펜타닐과 페치딘에 중독돼 치료 보호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의료인 면허를 유지 중이었다. 이들은 중독 치료를 받는 동안 요양기관에서 근무하거나 마취과에서 2건의 의료행위를 하기도 했다. 다른 의사 4명은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마약류를 본인에게 과도하게 처방·투약한 이력이 있는 의료진도 무더기로 드러났다.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마약류 본인 처방·투약 횟수가 연간 50회 이상인 의사가 44명이었으며, 이 중 12명은 연간 100회 이상 마약류를 처방·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를 앓고 있는 의료인은 102명,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의료인도 7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20명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이후 지난 2월까지 행한 의료행위는 76만2107건에 달한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정신질환자와 마약중독자에 대한 정의와 판정 절차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까지 정신질환 의료인 면허취소 사례는 2017년 조현병을 앓는 간호사 1명의 자진신고가 유일하다. 마약류 중독을 사유로 한 면허취소 사례는 없다.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도 마약류 의약품 투약 및 처방을 한 의사도 264명에 달한다. 이들이 내린 처방은 3596건이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이러한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적발했음에도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의료인 중에도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 등으로서 의료인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들이 정부의 관리 사각에서 면허를 유지한 채 의료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의료인 결격 사유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정신질환으로 치료감호를 받은 의료인 2명과 마약류 중독으로 치료보호를 받은 의료인 4명은 전문의 감정과 청문 절차 등을 거쳐 면허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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